[데이터로 여는 공공의 창]미래 배우자, 같은 성향 선호하지만…현재 배우자, 대부분 다른 성향


‘나와 한국사회’ 조사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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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향이란 무엇일까요. 성향을 자극에 반응하는 일정한 패턴의 인격체적 특징으로 정의할 수 있다면, 성향은 인간뿐 아니라 동물과 식물은 물론 기업과 정당에도 해당되는 유기체적 특징에 포함할 수 있을 겁니다. 인도의 철학자 크리슈나무르티의 말처럼 “우리가 진리를 찾고 신을 찾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그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기 전에, 반드시 먼저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나와 나의 주변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정치·경제적 존재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더 나아가 여러 존재의 성향파악이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개선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시할 수 있다면 그 의미는 더할 나위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성향분석을 위해 에니어그램(Enneagram)이라는 자기성찰 프로그램이자 성격심리학 도구를 활용했습니다.

에니어그램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인재 발굴 및 육성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고 있는 성향분석 도구이기도 합니다. 인간을 크게 3개 자아와 그 아래 존재하는 9가지 유형으로 구분합니다. 3개의 자아는 몸의 에너지 중심이 어디 있는지에 따라 장(배)형, 가슴형, 머리형으로 구분합니다. 장형은 몸의 에너지가 주로 본능이나 습관으로 나타나고, 머리형은 사고나 논리로, 가슴형은 감정과 정서로 표출됩니다. 3개 자아는 각각 3가지 유형으로 세분화하여 총 9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장형은 ⑧번 솔직하고 과감한 보스형 스타일, ⑨번 외유내강의 화합적인 통합형 스타일, ①번 도덕적이고 공정한 개혁형 스타일, 가슴형은 ②번 민감하고 정이 많은 이타적 스타일, ③번 실용적이고 능력을 중시하는 목표 지향적 스타일, ④번 개성이 뚜렷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예술가적 스타일, 마지막으로 머리형은 ⑤번 분석력과 지식이 풍부한 스타일, ⑥번 계획적이고 충실하며 신중한 스타일, ⑦번 낙천적이고 열정적인 스타일로 나뉩니다.

본격적인 분석에 앞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진단하는 방법이 아니라 타자, 즉 다른 사람의 생각이 반영된 성향분석이 과연 얼마나 정확할 수 있을까요. 이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예가 있습니다. 영국 과학자 프랜시스 골턴은 소의 겉모습만 본 실험 참가자 700명에게 소의 무게를 쪽지에 적어내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실제 소의 무게는 1200파운드였고, 실험자 700명이 적은 소의 평균 무게는 1199파운드였습니다. 그래서 에니어그램 성향분석을 ‘집단지성’에 맡겼습니다.

비영리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은 여론조사전문기관 피플네트웍스리서치(서명원 대표)의 도움을 받아, 4월18~19일 이틀간 전국 성인 남녀 519명을 대상으로 ‘에니어그램으로 본 나와 한국 사회’라는 주제로 전화조사(ARS RDD mobile survey)를 실시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먼저 문재인 대통령을 살펴봤습니다. 대통령의 개인적인 성향은 국정운영 방향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까요. 물론 리더의 성향만으로 정책이 수립되고 집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객관적으로 주어진 상황도 무시할 순 없습니다. 상황에 대처하는 리더의 성향이 신의 한 수가 되기도 하지만, 패착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문 대통령의 자아중심은 장형(52%)으로 나타났습니다. 세부 유형에서는 ①번 도덕적이고 공정한 개혁형 스타일(34%)이 두드러지게 나타났고, ②번 민감하고 정이 많은 이타적 스타일(23%)과 ⑨번 외유내강의 화합적인 통합형 스타일(12%)이 보조성격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원칙적인 개혁 리더’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체로 이러한 스타일은 윤리적이고 현명하며 공정하고 정직합니다. 또 부지런하고 정돈을 잘하며 다소 이상적인 면도 갖고 있습니다. 반면 융통성이 부족하고 독단적이며 강박에 시달릴 수 있으며 사려 깊지 못한 언행을 싫어합니다. 또 딱딱하고 비판적이며 너무 엄격하고 불안과 질투로 계속 통제하려는 모습도 갖고 있습니다. 장점은 자기훈련이 잘되어 있고 책임감이 강하며 헌신적입니다. 반대로 단점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기 자신에게 실망하거나, 신경이 날카롭고 걱정이 많을 수 있고 완벽주의자로 보일 수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인권·정의·평등·공정 등 철학적 가치와 명분이 분명한 개혁과제에 국정운영의 우선순위를 두길 원할 수 있습니다. 주변 참모들은 문 대통령이 모든 문제를 떠맡지 않도록 스스로의 몫이 무엇인지 분명히 하고 함께 책임지는 활동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박정희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 등이 문 대통령과 비슷한 스타일일 겁니다. 김정숙 여사는 추측건대 ⑦번 낙천적이고 열정적인 스타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 대통령과는 찰떡궁합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김 여사는 에너지가 넘치고 안목이 있으며 재치·재미가 있고 자발적인 스타일입니다. 문 대통령 스타일은 ⑦번 낙천적이고 열정적인 스타일과 함께할 때, 더 밝아지고 경직되지 않으며 긍정적인 것에 집중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장형·가슴형·머리형’ 3개 자아에다 ‘조화 평화형’ 등 9가지 유형 구분 문 대통령 ‘장형·도덕 개혁형’…차기 국가리더 본능적인 ‘장형’ 선호 ‘공정한 개혁형 스타일’ 문 대통령 > 민주당 > 미래당 > 한국당 순 응답 좋은 성향 나쁜 성향 없어…서로 다양성 인정하며 사는 것이 삶의 혁신

[차기 국가리더]

일반국민이 원하는 다음 대통령의 스타일은 어떤 모습일까요. 장형(76%)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세부 유형에서는 ①번 도덕적이고 공정한 개혁형 스타일(61%)은 문 대통령보다 두 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문 대통령이 개혁과제들을 보다 열심히 추진해야 하는 상황으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차기 리더 스타일에 대한 국민선호는 한국 사회의 과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장형이 주로 느끼는 감정은 분노입니다. 취업에 실패하고 결혼하지 못하는 청년의 분노, 명예퇴직의 벼랑 끝에서 창업에 실패한 중장년의 분노. 땀은 결코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옛말의 배신에 분노하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요. 불의·불공정·불평등으로 밝힌 광화문 촛불의 분노가 더 높게 타오르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요.

[정당]

의석수 기준으로 분석할 정당을 선택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장형(39%), 자유한국당은 머리형(31%), 바른미래당은 가슴형(44%)으로 자아정체성이 3분할되어 있었습니다. 민주당은 추진력을 인정받거나 독단으로 부정될 수 있습니다. 한국당은 안정감을 인정받거나 이념정당으로 부정될 수 있습니다. 바른미래당은 창조적이고 실용적인 능력을 인정받거나 이질성으로 부정될 수 있습니다. 유형으로 보면, 민주당은 ①번 도덕적이고 공정한 개혁형 스타일(22%), 한국당은 ③번 실용적이고 능력을 중시하는 목표 지향적 스타일(26%)이 가장 높게 응답되었습니다. 바른미래당의 정체성이 민주당과 한국당에 끼여서 ③번 실용적이고 능력을 중시하는 목표 지향적 스타일(18%), ①번 도덕적이고 공정한 개혁형 스타일(17%)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앞서 살펴본 차기 국가리더의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언급된 ①번 도덕적이고 공정한 개혁형 스타일은 문 대통령 > 민주당 > 바른미래당 > 한국당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대기업]

지구적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저탄소경제 리더십, 상위 3개 기업을 선택했습니다. 현대차는 머리형(31%), 삼성은 가슴형(61%), LG는 장형(39%)으로 응답되었습니다.

현대차는 과거 현대그룹의 장형이 감소하고, 고기술 중시 산업으로 업종이 확장하면서 머리형이 증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은 리더에게 영향을 많이 받던 머리형이 감소하고, 성과와 능력을 중심하는 가슴형이 증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LG는 과거 따뜻하고 친근한 이미지의 가슴형이 유지된 채, 장형이 증가하였습니다. 이는 사회적 리더십, 즉 자산규모나 매출액보다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평판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형을 상대평가로 분석하면, 현대차는 ⑥번 계획적이고 충실하며 신중한 스타일(24%), 삼성은 ③번 실용적이고 능력을 중시하는 목표 지향적 스타일(54%), LG는 ①번 도덕적이고 공정한 개혁형 스타일(30%)에서 높게 응답되어 위의 분석 결과를 방증하고 있습니다.

[나와 주변]

나는 어떤 스타일이고 나의 스타일에 가장 잘 맞는 지인·직장동료·학교친구는 누구일까요. 조사 결과,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스타일은 나의 스타일과 가장 비슷한 사람들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대를 통해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관계가 가장 잘 맞는 관계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12년에 개봉한 영화 <링컨>에서 노예제를 폐지하기 위한 헌법개정안 하원투표를 4일 남겨두고 링컨이 백악관 흑인 여성 직원에게 이야기합니다. “나는 당신들을 잘 모릅니다. 우린 모두 가난하고 헐벗고 서로에게 서툴며 거짓말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에게도 나와 같은 걸 기대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서로에 대한 기대가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다. 당신들의 존재가 익숙해질 것입니다.”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상대를 바라보는 지혜가 담긴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나와 배우자]

예비 배우자, 현재 배우자, 과거(이혼·사별) 배우자로 구분하여, 배우자 성향에 대한 미래 기대와 현재 진단 및 과거 평가를 9가지 유형으로 정리했습니다. 자기 자신의 성향과 배우자 성향 각각의 경로는 확인하기 쉽게 그림으로 정리했습니다.

특이할 만한 점은 예비 배우자 단계에서 원하는 배우자 성향은 ③번 실용적이고 능력을 중시하는 목표 지향적 스타일, ⑨번 외유내강의 화합적인 통합형 스타일, ②번 민감하고 정이 많은 이타적 스타일이 가장 많았습니다. 현재 배우자 성향에선 예비 배우자에게 기대하지 않았던 ①번 도덕적이고 공정한 개혁형 스타일이 가장 많이 언급되었습니다. 배우자에 대해 존경심과 답답함이라는 감정이 모두 공존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배우자와의 이별 후 평가에선, ②번 민감하고 정이 많은 이타적 스타일과 ⑤번 분석력과 지식이 풍부한 스타일이 많았습니다. 지나고 보니, 배우자는 똑똑했고 지혜로웠으며, 정 많고 가족을 위해 헌신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자기 자신의 성향과 세 단계로 구분된 미래·현재·과거 배우자 기대성향이 일관되게 유지된 유형은 ②번 민감하고 정이 많은 이타적 스타일뿐이었습니다.

반대로 모두 다른 성향이 선택된 유형은 ④번 개성이 뚜렷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예술가적 스타일과 ⑥번 계획적이고 충실하며 신중한 스타일이었습니다.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비슷한 사람끼리 살아가는 것은 삶의 평안을, 서로 다른 다양성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것은 삶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좋은 성향, 나쁜 성향은 없습니다. 각각의 성향에는 의미가 있습니다. 또 하나의 성향으로 자기 자신을 쉽게 단정하거나 규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사람은 9가지 유형 모두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중 몇 개가 드러나 있을 뿐입니다. 모든 유형의 성격이 나의 컨디션과 주변 여건에 맞게 표현될 수 있다면 행복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처음 말씀드린 것처럼, 자기 자신을 먼저 알아가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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